다들 안녕하신가. 오늘은 동방, 정확히는 동북아쪽 불교의 육식에 대한 금기를 접하도록 하겠다.

 사실 처음 불교가 등장했을 때에 딱히 육식에 대한 금언이 있는 것은 아니었어. 자기의 욕심을 위해서 살생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 누군가가 보시한 고기를 먹지 말라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그걸 먹었어. 그렇기에 동북아에 만연한 육식절대금지는 적어도 원시불교시절에서는 오히려 낯선 개념이야. 이들은 단순히 미식을 위해 생물을 해하고 고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

 이런 불교가 동양에서도 중국에 도래한 것은 전한 시대에 조금씩 언급이 되다가 후한시기에 되면서 역경도 이루어지고 알음알음 퍼져나갔지. 하지만 이때는 아직 전파 초기단계라 그런지 중국인들에게 너무 낯선 사상이었고 도교를 통해 해석하는 움직임도 있는 등 과도기를 거치는 시기였어. 세상에 초연한 듯한 사상이 도교랑 겹치는 부분이 있었기에 익숙한 사상으로 이 새로운 사상을 이해하려 한 것이지. 또한 번역을 한건 좋은데 기존 인도의 문화와 결부시켜 중국에 설명시켜야 했기에 역자마다 언어의 표현이 달랐고 이 때문에 좀 혼란스러운 형국이었어.

하지만 이들의 노력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조금씩 그 문화가 퍼지는 영향을 주었어. 그러다가 동북아 불교사에서 빼먹을 수 없는 인물이 나타나는데 이 사람이 위의 쿠마라지바, 구마라습이라고도 불리는 인물이야.

쿠마라지바는 서역 출신의 승려인데 언어에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고 전해져. 그가 오호십육국 시대에 중국에 끌려 온 후에 불경 번역에 매진했는데 그 유명한 금강경도 쿠마라지바의 역본이다. 지옥이라는 말도, 공(空)의 개념정립도, 색즉시공 같은 표현도 이 사람에게서 전래된 만큼 이 사람을 빼고는 동북아 불교를 논할 수가 없을 지경이야.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삼국지 시기를 거치며 교조화 된 유교가 세상을 안정시키기는커녕 혼란스러운 형국만 이어진 현실이, 세상의 혼란에 대한 원인을 설명하고 내면의 구원을 강조하는 불교의 유입을 크게 신장시켰고 오호십육국 시기쯤 되면 몇몇 왕조에서는 고승들이 황제의 자문을 맡기도 하는 등 그 위세가 대단해졌지. 다만 이 시기에도 고기에 대한 절대적 금기는 없었어. 그럼 도대체 언제 이런 변형이 생긴 것일까? 바로 설명할게.

 남북조 시대가 되면 룽먼석굴 같은 걸출한 문화재를 만들만큼 불교가 뿌리깊게 잡혔고 국가차원에서 이러한 불교를 후원하고 숭상했어. 북조는 북조대로, 남조는 남조대로 불교를 믿고 있었지. 그런데 오늘 주제를 설명하려면 남조 측의 이야기를 해야 해.

 남조, 양나라의 양무제는 소씨였던 제나라를 밀어내고(근데 자기도 소씨다. 굳이 국호를 바꿀 필요는 없었는데 바꾼 특이한 경우) 양나라를 성립시킨 창업군주라 볼 수 있어. 이 양반은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남조의 문화적 융성을 이룩하고 내실을 다졌어. 그런데 불교에 좀 과하게 심취했는지 황제의 신분으로 자기자신을 절에 파는 행위(사실 이건 자기 자신이 불교에 귀의한다는 전통적 퍼포먼스이기는 한데 이 양반은 좀 너무 잦게 이런 짓을 했다)를 했고 매번 신료들이 이 양반을 다시 절에서 구매하는 짓을 반복했고 육식에 대한 강렬한 거부와 금기를 강화시켰어.

그리고 남조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백제 같은 문화강국은 다시 이러한 문화를 받아들였고, 그 문화를 받아들인 일본도 다시 그런 육식에 대한 금기를 강화했어. 일본 같은 경우는 아예 조정에서 육식을 금지시켜 민중들이 고기를 먹지 못했는데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지라 사냥을 통해 몰래 먹거나 토끼고기를 토끼 귀가 날개라는 식의 어거지를 부리며 먹는 등 편법을 쓰기도 했어. 물론 근본적인 금식이 너무 심해서 어식이 유독 발달했다는 학설도 있는등 양무제가 일본 문화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지.

 한반도도 마찬가지 였는데 고려시대쯤 되면 송나라 사신으로 방문한 서긍이 "얘네들은 도축기술이 형편이 없다. 두들겨 패는 방식으로 고기를 잡아 요리하는데 비린맛이 나서 먹을 만한 것이 못된다" 라고 할 정도로 도축기술도 쇠퇴하고 육식자체의 수준도 떨어졌어. 하도 금기시하다 보니까 경험자체가 미진해진 것이지. 물론 송나라 사람 입장에서 쓴 것이기에 어느 정도 분별해야 겠지만. 거기에 제사에도 육식을 대신할 물품들을 올리게 되었는데 그게 한국식 과자라고 전해져. 대체제로는 나쁘지 않았지. 기름도 있고 말이야.

이런 스노우볼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육식에 대한 금기로 작용하고 있어. 물론 요즘은 동자승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등 계파마다 다른 면모를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고로 양무제를 까십시오. 양무제는 불자들의 원수.

...근데 이 양반, 제위 도중에 후경의 난이라는 것이 터져서 유폐되고 말았고, 죽기 전에 꿀물 좀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분사했다고 한다......삼국지 원술이 생각나면 기분 탓이다.

오늘도 열씨미 적었따....